안녕하세요. 이번 논문 리뷰 시리즈에서는 Discovering Physical Concepts with Neural Networks라는 논문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논문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인공지능으로 물리법칙을 찾아보자!"입니다. 다만 인공지능이 법칙을 찾기 위해선 먼저 인간이 어떻게 법칙을 찾는지부터 알아봐야 하겠죠.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인공신경망 구현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경험론에 기반한 자연과학 법칙 생성 과정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들어 인공신경망은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Deepmind의 AlphaGo 외에도 GPT-3나 DALLE2와 같은 모델들은 이제 인간 이상의 성능을 자랑합니다. 인공신경망 연구는 대부분 상업적 이용이나 창의적 산출물 구현을 지향합니다. 공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소스코드 자동완성을 개선하고, 연산을 최적화하는 등입니다. 반면 순수 과학 분야에서의 인공신경망 연구는 그리 활발한 분야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컴퓨터와 자연과학의 만남을 위해 많은 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꼭 인공신경망이 아니더라도 컴퓨터의 압도적인 연산 능력은 4색 정리 증명과 같이 Computer-Assisted Mathmatics의 지평을 열었습니다. 신약 개발이나 분자구조 예측에도 인공지능이 사용됩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인공지능은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전유물과도 같았던 과학적 법칙 발견에 도전합니다. 바로 "Discovering Physical Concepts with Neural Networks"입니다. 이 연구가 제시한 모델 "SciNet"은 항성의 운동을 보고 케플러의 법칙을 발견한다거나, 양자의 움직임을 경험론적으로 예측하는 등 경험을 이론으로 발전시키며 마치 인간 과학자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 이 논문 리뷰를 통해 경험에 기반한 통찰이 어떻게 과학이 되고. 인공신경망은 어떤 기술을 통해 이 과정을 모방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경험론적 사고: 자연과학의 "개연성"은 무엇인가요?
Q. 공중에 공이 있습니다. 이 공은 어떻게 운동할까요?
A. 당연히 떨어지겠죠.
놀랍게도, 만유인력의 법칙을 모르는 사람도 공이 떨어지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만유인력의 법칙이 꼭 수학적으로 분석되고 규명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떨어지는 사과를 통해 공중에 떠 있는 물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리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Q.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공기저항이 없다면 정확히 어떻게 떨어지나요?
A. $g=9.8m/s^2$의 등가속도 운동을 합니다.
다만 만유인력의 법칙을 안다면 공의 운동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넘어 $4.9t^2m$만큼 지면을 향해 낙하하리란 사실 또한 알 수 있죠.
뉴턴은 사과의 떨어짐을 관찰(observe)하여 뉴턴의 법칙(representation)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법칙은 단순히 멈춰있는 사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우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사과의 상태를 법칙에 대입하면 사과의 미래 운동을 공을 대입하면 공의 미래 운동을 알 수 있는 것이죠.
2. 경험에 기반한 통찰, 일반화
이는 자연의 본질을 규명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관찰에 기반하여 그럴듯한 수학적 모델을 구성한 것이죠. 즉, 얼마든지 틀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법칙'인걸요
물론 법칙은 가장 신뢰할만한 것들 중 하나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그중 법칙으로 인정받은 것은 매우 적습니다. 다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객관적이고 진실된 학문'은 수학에 가깝습니다. 수학과 달리 자연과학 분야는 경험론적 관찰에 기반합니다. 수학이 공리계에서부터 출발해 연역적으로 사고한다면 과학은 관찰에서부터 시작해 귀납적으로 사고하죠. 즉, 수학 법칙은 적어도 그 공리계 내에서는 무결함을 보일 수 있으나, 수많은 관찰 결과가 과학 법칙의 무결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뉴턴역학의 법칙들은 상대성이론의 등장과 규명에 따라 반증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속도가 매우 느린 우리 주변의 공간에서는 잘 작용하지만 초거시세계로 나아가면 틀린 부분이 생기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턴역학이 여전히 '유용한 도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렇기에 계속 사용하는 것이죠.
과학이 틀린 것을 그냥 쓴다고요?
말하자면, 여러분은 종이를 자르기 위해 자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만약 종이를 대충 잘라도 된다면 눈금 일부가 지워져 있고 조금 휘어진 자를 사용해도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매우 정밀한 작업이 필요하다면 그만큼 정밀한 자를 사용해야 하겠죠. 다만 항상 정밀한 자를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좋은 생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정밀한 자는 보관이 어렵고 사용도 복잡하기 때문이죠.
결국 과학이 그저 '적당히 정밀하고 쓰기 편한 자 찾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학자는 '완전무결한 궁극의 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학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죠. 물론 이것이 과학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의 역사가 저 '자 찾기' 그 자체이며 그것이 곧 인류의 역사이기 때문이죠. 다만 과학이 완전무결하지 않으며 과학의 쓸모 상당 부분은 결국 그 유용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학철학적 논의는 매우 방대하며,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합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다면 흄의 인식론과 쿤의 과학혁명, 포퍼의 반증주의 등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내용의 일부는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의 2022년 "주제탐구 1: 지식" 강좌와 2021년 경기과학고등학교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 강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