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이란 무엇인가? 통사론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하루 종일 언어를 사용하며 살아간다. 언어는 지구 상에서 (우리가 아는 한)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며,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장치이다. 언어학은 그런 인간의 언어 능력에 대해 탐구하는 인지 과학이다.
우리가 '언어학'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보통 영어, 프랑스어 같은 개별적인 언어에 대해 생각하는데, 언어학은 '(내가) 언어를 잘 쓰는 법'에 대해서 배우는 학문이 아니다. 언어학은 인간 고유의 언어능력(Human Language Capacity)에 대해 탐구하며, '(우리가) 언어를 어떻게 쓰는가'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언어를 구사하는데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하위 체계들이 작용하고 있다.
- 먼저 우리는 성대를 이용해 음파를 만들어내서 혀, 입술 등을 이용해 조음한다. 이러한 말소리의 물리적인 특성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를 음성학(Phonetics)이라 한다.
- 이러한 음성적 특징 대신 우리 뇌 속에는 이러한 음파를 정신적 표지로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바보/라는 단어의 경우 우리같은 한국어 화자는 앞의 /ㅂ/과 뒤의 /ㅂ/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지만, 영어권 화자들은 이를 [p]와 [b]라는 다른 음운으로 인식한다. 이것이 음운론(phonology)이라는 분야이다.
- 이러한 소리들을 가지고 의미를 갖는 최소 단위(형태소)로 구성하여 단어를 형성하게 된다. 예를 들어, writer는 write + -(e)r로 구성된다. 이러한 연구 분야를 형태론(morphology)라고 한다.
- 이제 이러한 단어들을 가지고 구, 절, 문장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분야가 바로 필자가 앞으로 포스트에서 다룰 통사론(syntax)이라고 한다.
- 문장을 만들어서 대화를 하면 그 문장에 대한 내용을 생각과 개념으로 바꾼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다루는 분야를 의미론(semantic)라고 한다.
언어를 다루는데에 있어서는 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우리가 다룰 가장 대표적인 이론은 Noam Chomsky이 1950년대에 제창한 생성문법(generative grammar)이다. 물론 그때 이후로 수많은 수정과 변형이 이루어지면서 변형생성문법, 표준 이론, 지배 결속 이론, 최소주의와 같은 다양한 파생 이론이 탄생하였지만, 어쨌든 생성문법은 포괄적으로 이를 함의한다.
생성문법의 기저 논제는 우리가 사용하는 문장은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이 일련의 잠재의식 속의 절차에 의해 생성된다는 것이다. 생성문법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목표는 이러한 마음속의 절차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모형화하는 것이다. 즉, 우리 언어의 문장 구조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잠재의식 속의 지식이 무엇인가를 밝혀내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가지 규칙(rule)들의 집합을 통해 이를 규명하고자 한다.
우리의 "믿음"
언어는 미적분학, 자동차 운전하는 법과 같이 학습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물체를 시각적으로 식별하는 능력처럼 습득되어진다. 우리가 문장을 만들 때 주어를 어디에 두고, 동사를 어디에 두고를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잠재의식적인 지식을 이용해 이를 판단한다.
앞으로 우리가 다룰 통사론적인 규칙들은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고 이를 언어를 배우는 2살 아기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규칙을 우리는 어떻게 습득했을까?
언어학자들은 (그리고 필자는) 많은 문법 규칙들이 우리 뇌 속에 내장되어 있는, 즉 생득적(innate)이라고 믿는다. 물론 개별언어는 생득적이지 않다. 한국에서 자란 아이가 갑자기 아일랜드어를 유창하게 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뇌 속에는 보편 문법(Universal Grammar, UG)이라는 장치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근거는 다음 고전적인 3단 논법에 의해 도출될 수 있다.
- 전제 1: 통사론은 생산적, 귀환적, 무한적 체계이다.
- 전제 2: 규칙 지배를 받는 무한적 체계는 학습될 수 없다.
- 결론: 그러므로 통사론은 학습될 수 없는 체계이다.
물론 전제 1과 전제 2는 둘 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일단은 전제 1과 전제 2의 근거들을 기술한다.
전제 1
다음 문장을 보자.
(1) The dancing chorus line of V-tubers broke my television leg.
이 문장을 평생 단 한 번도 안 봤을 것이다. 통사론의 마법은 이전에 결코 생산되지 않았던 형태들을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생산적인 특징의 예는 바로 귀환성(recursion)이다.
(2) SeongBo is a big fan of Suisei
(3) I think [SeongBo is a big fan of Suisei]
(4) She believes [I think [SeongBo is a big fan of Suisei]]
(2) ~ (4)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문장을 계속해서 무한히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문장 구조도 필요 없이 부사나 명사는 다음과 같이 무한적으로 반복할 수 있다.
(5)
a) a very big apple
b) a very very big apple
c) a very very very big apple
...
(6)
Suisei ate it.
Miko and Suisei ate it.
Noel, Miko and Suisei ate it.
...
이를 통해 언어가 얼마든지 긴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봤다.
전제 2
먼저 언어를 학습하는 어린아이의 임무를 아주 단순화해보자. 언어의 기능은 매우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아주 간단하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실세계의 상황과 자신의 발화를 짝짓는 상황을 생각하자. 예를 들어, 책상 위에 책이 있는 실세계의 상황을 'The book is on the table.'과 같은 문장을 통해서 짝짓기해 발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짝짓기를 통해 반대로 어린아이는 뒤에 문장을 듣고서 실세계의 상황을 동일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조금 더 추상화해보자. 각 문장마다 번호를 부여해서 문장(입력)과 상황(출력)으로 짝짓기 해보자.
문장(입력) | 상황(출력) |
1 | 1 |
2 | 2 |
3 | 3 |
4 | ? |
4 문장에 대한 상황의 출력은 무엇일까? 분명 4라고 예상하겠지만, 만약 이를 생성한 규칙이 $y = (x-1)(x-2)(x-3) + x$와 같은 규칙이었다면 출력은 전혀 상관없는 숫자가 출현한다. 처음 3개의 자료만을 가지고서는 정확한 규칙을 알아내 4의 출력을 추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문장의 경우도 동일하다. 문장의 경우 전제 1에서 봤듯이 무한적 체계이지만, 우리가 평생 동안 듣는 문장의 수는 유한하다. 매 10초마다 한 문장씩을 잠도 자지 않고 평생 동안 듣는다고 해도 약 4천만 개의 문장밖에 듣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들은 만 5세 정도가 되면 복잡한 통사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이용해 문장을 생산해 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생산적 체계는 학습이 불가능하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언어 습득의 논리적 문제(the logical problem of language acquisiton)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언어 문법을 학습한다기 보단, 보편 문법이라는 조금 더 탄력성 있는 청사진의 개별 언어학적인 특성을 적절히 끼워 맞추는 것으로 믿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물론 반론도 존재한다. 어린이들이 모든 언어자료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적절히 통계적인 방법으로 가장 그럴듯한 문법구조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 (7) d) 문장을 생각해보자. (*표시는 문장이 비문법적이라는 뜻이다.)
(7)
a) Who do you think that Suisei will question _____ first?
b) Who do you think Suisei will question _____ firts?
c) Who do you think _____ will question Miko first?
d) *Who do you think that _____ will question Miko first?
어린이는 that 뒤에 바로 흔적(____)이 나오는 문장은 비문법적이다라고 통계적으로 학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은 그다지 신빙성이 있지 않다. 왜냐하면 이는 극히 드문 문장의 유형들 (또는 아예 들어보지도 못한 문장들)을 문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매우 복잡한 중첩문 형식의 문장(Suisei said that Miko believed that Noel saw that Flare exclaimed that Polka claimed that Towa said that Aqua wondered if Iroha played the video game last night.)은 거의 발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문장이 용인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어른들의 발화는 꽤나 많이 오류 투성이이다. 여러 가지 말실수, 문법 오류, 기억 오류 등을 포함하고 있으나, 어린이들은 이러한 오류들이 자기네 문법을 결정짓는 자료의 일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편 문법에 대한 또 다른 근거
이러한 UG의 존재성을 뒷받침해주는 논거는 꼭 논리적인 문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7)의 문장들을 보면 that은 선택적으로 없어도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d)와 같은 경우에선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는 이것을 아무도 가르쳐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7) a)~c)의 문장들을 들은 어린이는 d)를 문법적이라고 판단해야 하나, 모든 어린이들은 이를 비문법적이라고 판단한다. (왜 비문법적인지는 한참 나중에 알게 될 것이지만, 매우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만 이것이 비문법적임을 판단할 수 있는 것만은 알았줬으면 한다.)
우리는 d) 문장이 비문법적이다라는 지식을 갖고 태어났으며, 이러한 종류의 논거를 UG를 위한 자료의 과소 결정(underdetermination of the data)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UG의 근거는 어린아이에 대한 문법 교정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다음 두 예시를 보자. 두 예시는 Marcus et al. 1992와 Pinker 1995에서 가져웠다.
(8)
Adult: Where is that big peace of paper I gave you yesterday?
Child: Remember? I writed on it.
Adult: Oh that's right, don't you habe any paper down here, buddy?
(9)
Child: Want other one spoon, Daddy.
Adult: You mean, you want the other spoon.
Child: Yes, I want other one spoon, please, Daddy.
Adult: Can you say 'the other spoon'?
Child: Other...one...spoon.
Adult: Say 'other'.
Child: Other.
Adult: 'Spoon'
Childe: Spoon.
Adult: 'Other... Spoon'
Childe: Other spoon. Now give me other one spoon.
(8)에서와 같이 보통 어른은 아이의 언어에서 내용을 교정해주지, 문법을 교정해주지 못한다. 설사 비문법성을 지적해준다고 해도 (9)처럼 어린애들은 이를 교정하지 못한다. 이러한 어른들의 언어를 '가르쳐주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아이들은 언어의 가르침이 완전히 없는 경우에도 여전히 언어를 습득한다. 이러한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역시나 보편 문법이다.
UG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여러가지 유형론적, 생물학적 논거들이 있으나, 독자들도 UG가 있다는 믿음을 가졌을 거라고 믿고 이만 글을 마친다.
결론 및 요약
우리는 이제 통사론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법이 생성 문법이며, 이 접근법은 꽤나 과학적으로 타당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는 이러한 생성 문법의 일부분은 생득적이며 나머지는 습득된다고 가정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가 앞으로 다룰 문법은 사람들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규정해 놓는 규범 규칙(perspective rules)이 아니다. 우리는 국립국어원이 아니고, 인간의 마음에 있는 언어 능력을 탐구하고자 하는 언어학자이므로 실제 화자들이 어떻게 발화를 하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 이러한 규칙들을 기술 규칙(descriptive grammar)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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