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진공 속에서의 전기장을 살펴 보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물질 속에서 전기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보고, 이를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전기 변위장($\mathbf{D}$)을 도입하겠습니다. 추가로, 전기장의 경계 조건을 살펴봅니다.
1. 물질 속 전기장
1.1. 도체와 부도체
물질은 전기 전도성에 따라 도체와 부도체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도체(Conductor)는 물질 속에 자유 전하가 존재하여, 외부 전기장이 걸릴 경우 각 전하들이 힘을 받아 재배열되고, 결국 내부 전기장이 0이 되는 물질입니다. 내부 전기장이 0이 아닌 한 계속해서 전하들이 움직여 상쇄될 것이므로, 당연한 결과입니다. 도체의 대표적인 예로는 고체 금속이 있습니다. 물론 금속이 왜 위와 같이 자유 전하를 가지는지는 4학년 고체물리 수준까지 들어가야 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부도체(Insulator)는 자유 전하가 존재하지 않아, 내부 전기장이 0이 아니게 존재할 수 있는 물질입니다. 그러나 '속박된' 전하들이 조금씩은 움직일 수 있다면, 외부 전기장에 의해 힘을 받아 재배열되면서 내부 전기장의 세기가 외부 전기장과 달라지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유전 분극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의미에서, 부도체를 유전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런 분류에 의하면 소위 반도체는 부도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체 속에서는 내부 전기장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앞으로는 유전체에 대한 이야기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1.2. 유전 분극
유전체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실제로 유전체가 위와 같은 유전 분극을 일으키는 이유는 유전체 내부의 원자들에서, 전자들이 핵 주변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전기장이 걸려도 전자들이 핵 주변에서 '쏠릴' 뿐, 핵을 버리고 전기장을 따라 흘러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이와 같이 국소적으로 유전 분극이 일어나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러면 지난 글에서 살펴봤듯이, 각 원자들은 아주 작은 쌍극자 모멘트 $\mathbf{p}$들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거시적인 관점에서 물체 전체를 보면, 각 쌍극자 모멘트들의 합은 일종의 거대한 쌍극자 모멘트로 기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분극 벡터(Polarization vector)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mathbf{P}= \lim_{\Delta V \to 0} \frac{\sum \mathbf{p}_i}{\Delta V}$$
1.3. 분극 벡터
위에서 정의한 분극 벡터는 단위 부피당 쌍극자 모멘트로 볼 수 있고, 따라서 미소 부피 $dV'$에 의한 쌍극자 모멘트는
$$d\mathbf{p}=\mathbf{P} dV'$$
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부피 전체에 대해 적분하여 전기 퍼텐셜의 값을 얻으면
$$V=\int_{V'} \frac{\mathbf{P} \cdot \hat{\mathbf{R}}}{4\pi\epsilon_0 R^2} dV'$$
의 결과를 얻습니다. (쌍극자 모멘트 식 참조)
그런데 전하의 위치를 나타내는 ' 좌표계에서
$$\nabla' \left( \frac{1}{r} \right)=\frac{1}{r^2} \hat{\mathbf{r}}$$
가 성립하므로
$$V=\frac{1}{4\pi\epsilon_0}\int_{V'} \mathbf{P} \cdot \nabla' \left( \frac{1}{r} \right) dV'$$
이고, 벡터 항등식 $\nabla'(f\mathbf{A})=\nabla f \cdot \mathbf{A} + f\nabla'\cdot\mathbf{A}$를 적용하면(사실은, 그냥 곱의 미분법일 뿐이죠...)
$$=\frac{1}{4\pi\epsilon_0} \left( \int_{V'} \nabla' \left( \frac{\mathbf{P}}{r} \right) dV' - \int_{V'} \frac{\nabla'\cdot \mathbf{P}}{r} dV' \right)$$
이며, 왼쪽 항에 발산 정리를 적용하면
$$V=\frac{1}{4\pi\epsilon_0} \oint_{S'} \frac{\mathbf{P}\cdot \hat{\mathbf{n}'}}{r} dS' + \frac{1}{4\pi\epsilon_0} \int_{V'} \frac{ - \nabla'\cdot \mathbf{P}}{r} dV'$$
이란 결론을 얻습니다.
이제
$$\rho_{s}=\mathbf{P}\cdot \hat{\mathbf{n}}, \quad \rho_p = -\nabla \cdot \mathbf{P}$$
를 각각 표면 분극전하밀도와 내부 분극전하밀도라고 정의하면 분극된 유전체는 더 이상 쌍극자 모멘트들을 각각 고려하는 대신, $\rho_s, \rho_p$라는 전하들이 진공 중에 추가된 것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때 $\rho_s, \rho_p$는 사실 원래 있던 전하들이 재배열 된 것일 뿐이므로, 전체 영역에서 적분하면 합은 0이 됩니다.
2. 전기 변위장과 유전율
이제 유전체 속에서의 전기장을 분석해 봅시다. 유전체 내부에서의 전기장은 분포되어 있는 전하와 별개로, 분극전하밀도의 영향이 합쳐져
$$\nabla \cdot \mathbf{E}=\frac{\rho+\rho_p}{\epsilon_0}$$
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를 다른 형태로 쓰면
$$\nabla \cdot (\epsilon_0 \mathbf{E}+\mathbf{P}) = \rho$$
로 쓸 수 있고, 전기 변위장 $\mathbf{D}$를 $\mathbf{D}=\epsilon_0 \mathbf{E}+\mathbf{P}$라 정의하면
$$\nabla \cdot \mathbf{D} = \rho$$
가 됩니다. 이를 부피적분하면
$$\int_{V} \nabla \cdot \mathbf{D} \ dV= \oint_{S} \mathbf{D} \cdot d\mathbf{S}=Q$$
라는 깔끔한 결과를 얻습니다.
2.1. $\mathbf{E}$와 $\mathbf{D}$의 관계
이제 '진공의' 유전율을 넘어, 일반적인 유전율 $\epsilon$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겠습니다.
$$\mathbf{D}=\epsilon\mathbf{E}$$
일반적으로 분극 벡터 $\mathbf{P}$의 방향에 따라 두 장의 방향이 서로 달라지게 되므로, $\epsilon$은 각 방향에 따라 달라지고, 결국 2차 텐서인 행렬의 꼴로 나타나게 됩니다. 다시 말해
$$\mathbf{D}=\begin{pmatrix}\epsilon_{xx} & \epsilon_{xy} & \epsilon_{xz} \\ \epsilon_{yx} & \epsilon_{yy} & \epsilon_{yz}\\ \epsilon_{zx} & \epsilon_{zy} & \epsilon_{zz}\end{pmatrix}\mathbf{E}$$
의 꼴이란 것이죠 ㅠㅠ
그런데 만약 유전체가 선형(linear)적이고 등방(isotropic)적이라면, 분극의 세기는 그대로 전기장 세기에 비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유전율 $\epsilon$은 상수가 될 것이고, 여기에 각 위치에 따른 상수 값이 모두 같다는 균일(homogeneous) 조건을 추가한다면 정말로 상수 $\epsilon$에 대해
$$\mathbf{D}=\epsilon\mathbf{E}$$
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물질을 단순(simple)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물질들이 단순하므로, 유전율을 상수처럼 생각하고 간단히 계산하시면 됩니다. 단순하지 않은 매질에 대한 이야기는 학부 전자기학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고체물리나 고급 수준의 광학, 또는 재료공학 쪽 과목들에서 다루게 될 것입니다.
3. 전기장의 경계 조건
위 그림은 앞으로 모든 경계 조건에 대해 사용될 예정입니다.
3.1. 도체의 경계 조건
도체의 경우, 위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전기장이 존재할 수 없고, 따라서 유전율 등의 개념을 생각하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또한 전하가 도체 내부에 존재한다면, 그 전하에 의해 전기장이 생성되므로 모순이 됩니다. 따라서 도체 내부에서는 전하도, 전기장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제 위 그림의 직사각형 경로를 따라 전기장을 선적분하면, 그 값은 물론 $\nabla \times \mathbf{E} =0 $에서 0이 됩니다. 그런데 이때 $\Delta h \rightarrow 0$의 극한을 취하면 실제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a에서 b 경로와 c에서 d 경로 뿐이고, c에서 d 경로는 도체 내부이므로 전기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a-b 경로에서도 선적분의 값은 0이 되므로 경계에 나란한 전기장 성분은 언제나 0이 됩니다.
물론 도체의 경계에서는 표면 전하($\rho_s$)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경계에 수직한 성분을 알아 보겠습니다. 위 그림의 원기둥 영역의 경계를 따라 전기장을 면적분하고, $\Delta h \rightarrow 0$의 극한을 취하면 남는 값은 위/아래 원통 면을 통과하는 flux 뿐입니다. 그런데 도체 안쪽에는 전기장이 없으므로 다음이 성립합니다.
$$\Phi=\oint_S \mathbf{E} \cdot d\mathbf{S}=E_n\Delta S=\frac{\rho_s \Delta S}{\epsilon_0}$$
정리하면, 도체-유전체 간 경계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mathbf{E}_t=0, \quad \mathbf{E}_n=\frac{\rho_s}{\epsilon_0}\hat{\mathbf{n}}$$
이는 직관적으로 도체 내부에 전하, 전기장이 존재할 수 없음과 표면 전하는 존재할 수 있음을 연결했을 때,
도체 표면에 나란한 성분은 존재할 수 없고, 다만 표면 전하에 의해 수직하게 나오는 성분만 존재한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3.2. 유전체의 경계 조건
이번에는 유전율이 다른 두 유전체 사이에서 전기장의 경계 조건을 알아보겠습니다. 논리는 위와 정확히 똑같습니다.
먼저 직사각형 경로를 따라 전기장을 선적분하면서 $\Delta h \rightarrow 0$의 극한을 취하면, 경계 양 쪽에서 나란한 방향 전기장의 값이 양 쪽에서 서로 같음을 얻습니다. 즉 나란한 방향 전기장은 연속적입니다.
다음으로 원기둥 경로를 따라 전기 변위장을 면적분하면서 $\Delta h \rightarrow 0$의 극한을 취하면, 경계의 표면 전하가 면적분 값을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두 전기 변위장의 차이는 표면 전하에 비례합니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mathbf{E}_{t1}=\mathbf{E}_{t2}, \quad (\mathbf{D}_1-\mathbf{D}_2)\cdot \hat{\mathbf{n}}=\rho_s$$
이 또한, 전기장의 기본 공리로부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4. 전기 에너지
지난 절에서 살펴보았듯이, 전기 퍼텐셜을 지나 전하를 이동시킬 때 받은 일은 전하량과 전기 퍼텐셜 차의 곱입니다. 예를 들어 전하량 $q_1$인 점전하가 원점에 놓여 있을 때 형성하는 전기 퍼텐셜은
$$V=\frac{q_1}{4\pi\epsilon_0 r}$$
이므로, 무한히 먼 곳에서부터 전하량 $q_2$인 점전하를 거리 $R$까지 가져왔을 때 이 전하가 받은 일은
$$W=q_2 \Delta V_2= \frac{q_1q_2}{4\pi\epsilon_0 R}$$
가 됩니다. $q_2$가 느끼는 ($q_1$이 만든) 전기 퍼텐셜의 값을 $V_2$라고 놓았습니다. 이는 곧 $W$만큼의 일이 전기장에 퍼텐셜 에너지로 저장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때 위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q_2$가 가만히 있었고 $q_1$이 가까이 왔다고 보면 어떨까요?
$$W= \frac{q_1q_2}{4\pi\epsilon_0 R}=q_1\frac{q_2}{4\pi\epsilon_0 R}=q_1 \Delta V_1$$
이므로 수식적으로 보나, 물리적으로 생각하나 같은 결과를 얻습니다. 즉
$$W=\frac{1}{2}(q_1V_1+q_2V_2)$$
인 셈이죠.
이번에는 $q_3$를 이 계에 가까이 가져온다고 해 보겠습니다. 새롭게 추가되는 에너지는 1-3, 2-3 간 상호 작용에 의해 생길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이 계에 저장되는 에너지는
$$W'=W+q_3V_3=W+\frac{1}{4\pi\epsilon_0}\left( \frac{q_1q_3}{r_{13}} + \frac{q_2q_3}{r_{23}} \right)$$
$$=\frac{1}{4\pi\epsilon_0}\left(\frac{q_1q_2}{r_{12}}+ \frac{q_1q_3}{r_{13}} + \frac{q_2q_3}{r_{23}} \right)$$
이 되겠네요. 이제 각 항을 전부 반반으로 쪼개서 6개 항으로 둔 뒤, 순서를 바꿔 1-2, 1-3 상호작용을 더하면 $q_1V_1$과 같고, 1-2, 2-3 상호작용을 더하면 $q_2V_2$과 같고, 1-3, 2-3 상호작용을 더하면 $q_3V_3$와 같아지므로 결국
$$W'=\frac{1}{2}(q_1V_1+q_2V_2+q_3V_3)$$
이 됩니다. 이를 $n$개로 확장할 수 있겠네요. 따라서 $n$개의 점전하가 있는 계에 저장된 전체 전기 에너지는
$$W=\frac{1}{2} \sum q_i V_i$$
의 꼴로 쓰이게 됩니다. 앞에 붙은 1/2 항은 i번째 점전하와 j번째 점전하 사이에 저장된 에너지가 i번째에서 1번, j번째에서 1번, 총 2번 고려되었기 때문에 붙은 것이겠네요.
이 논리를 확장하여, 전하 밀도가 분포에 담겨 있는 전기 에너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에너지의 값은 물론
$$W=\frac{1}{2} \int_{V'} \rho V \ dV'$$
입니다.
4.1. 전기 에너지 밀도
$\nabla \cdot \mathbf{D} = \rho$에서, 위 식을 다음과 같이 변형할 수 있습니다.
$$W=\frac{1}{2} \int_{V'} \rho V \ dV' = \frac{1}{2}\int_{V'} (\nabla \cdot \mathbf{D})V \ dV'$$
이때 벡터 항등식 $$\nabla \cdot (f\mathbf{A})=f(\nabla \cdot \mathbf{A})+(\nabla f) \cdot \mathbf{A}$$
를 이용하면
$$=\frac{1}{2}\int_{V'} \nabla \cdot(V\mathbf{D}) \ dV'-\frac{1}{2}\int_{V'} \mathbf{D}\cdot(\nabla V) \ dV'$$
이고, 왼쪽 항에 발산 정리를 적용하고 오른쪽 항에 전기 퍼텐셜과 전기장의 관계를 대입하면
$$=\frac{1}{2}\oint_{S'} V\mathbf{D} \cdot d\mathbf{S}'+\frac{1}{2}\int_{V'} \mathbf{D}\cdot \mathbf{E} \ dV'$$
를 얻습니다. 이제 적분 영역 $V'$를 공간 전체로 넓혀 보겠습니다. 편의상 반지름 $r$인 구라고 가정하고 $r \rightarrow \infty$의 극한을 취하면, 전하는 그 분포에 상관 없이 점전하로 근사되므로 결국 $V \sim r^{-1}$, $\mathbf{D} \sim r^{-2}$의 비례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그러면 왼쪽 적분 항은 $r^2$에 비례하는 넓이에서 $r^{-3}$에 비례하는 $V\mathbf{D}$를 적분했으므로 $r^{-1}$의 order를 가져 0으로 수렴합니다. 이때 오른쪽 적분 항도 $r^{-4}$에 비례하는 값을 $r^3$ order 부피에서 적분했으니까 0으로 수렴하지 않는지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부피적분이기 때문에 $r \ll \infty$인 부분에서는 분명히 어떤 값이 존재하므로, 모순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왼쪽 항은 면적분이므로 $r \rightarrow \infty$의 극한으로 근사한 결과만 봐도 충분하지만, 오른쪽 항은 부피적분이므로 극한으로 근사되지 않는 원점 근처 부분의 값이 존재하게 됩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우리는 공간 전체에서 전기장에 저장된 에너지가
$$E_E=\frac{1}{2}\int_{V'} \mathbf{D}\cdot \mathbf{E} \ dV'$$
임을 유도했습니다. 그렇다면 미소 부피 당 저장된 전기 에너지 밀도는
$$dE_E=\frac{1}{2}\mathbf{D}\cdot \mathbf{E}=\frac{1}{2}\epsilon\mathbf{E}^2$$
라고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위 식을 잘 기억해 두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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