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도입이 쉬운 해석개론 이야기"를 연재하게 된 별의바람입니다. 굳이 말머리를 붙인 이유는 다른 분들이 각자의 해석개론 이야기를 작성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구분을 위한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석개론이라는 과목과 이 시리즈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작성해 보고자 합니다.
해석개론은 어떤 과목인가?
해석개론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해석학(Analysis) 라는 분야의 개론격인 과목입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보통 가장 먼저 접하는 수학은 미적분학(Calculus)일 텐데요, 해석학은 이 미적분학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적분학의 핵심인 극한이나 연속, 그리고 이름에도 들어가 있는 미분과 적분은 해석학에서도 여전히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해석학과 미적분학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왜 해석학이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수학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은 아시다시피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미적분을 창시하면서
- 순간의 변화율을 표현하기 위한 미분과
- 그 변화율이 가져오는 차이를 표현하는 적분
을 개발합니다. 이는 당대 수학사(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에 있어 혁신적인 발명이었고, 또 수학이 자연현상을 기술하기 위하여 과학에서 이용되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뉴턴 본인도 이를 이용하여 케플러의 천체법칙을 증명해낸 것 또한 유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당시에 이용되던 미분의 응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문제. \(f(x)=x^2\)의 도함수를 구하여라. 해법. 임의의 실수 \(x\)에 대하여 \[ \lim_{h\to 0}\frac{f(x+h)-f(x)}{h}=\lim_{h\to 0}\frac{(x+h)^2-x^2}{h}=\lim_{h\to 0}(2x+h) \] 이다. 이제 \(h\)가 0으로 다가가면 저 값이 \(2x\)로 다가가므로 \(f'(x)=2x\)이다. |
아마 몇몇 분들은 고등학생 시절 이미 이 문제를 깨달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찾으셨나요? 우선 위 식의 두 번째 등호에서는 \(h\)가 0이 아니기 때문에 분수식을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논지에서는 \(h\)가 0이니까 무시해도 된다는 식으로 서술하게 됩니다. 이때 \(h\)는 0인 걸까요, 아닌 걸까요? 0이면서 0인 아닌 수인 걸까요?
이 상황이 당대의 미적분학이 당면한 한계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규칙 몇 개만 있으면 미분가능한 함수들의 도함수를 뚝딱뚝딱 계산할 수 있는 편리한 학문이지만, 실제로 엄밀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허점이 보이기 시작하는 단계죠.
사실 수학에서 엄밀성을 요구하는 현재의 기조는 그렇게 오래된 편이 아닙니다.
수학은 원래 증명에서 시작하는 학문 아니었냐고요? 물론 유클리드가 자신의 저서 <원론>에서 공리와 정의를 통하여 여러 기하 문제를 논증하긴 했어도,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원론>에도 암묵적인 가정들이 녹아 있습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아예 수학에 종교를 결합시키기까지 했고요. 이러한 경향은 "무한히 작은," 또는 "무한히 큰" 양을 다루게 되는 미적분학에서 더욱 두드러져서 당대 미적분학은 저명한 수학자들이 만든 것치고는 생각보다 엄밀성이 떨어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시가 타개책을 제시합니다. 미적분학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극한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 또한 같이 이루어졌고, 이 두 개의 고찰에서 뻗어나온 학문은 종래의 미적분학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학문이 바로 해석학입니다. 즉, 해석학은 미적분학의 아이디어를 더 엄밀하게, 더 일반화된 대상에 대하여 적용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석개론에서는 무엇을 배우는가?
해석개론에서는 실수 범위에서 정의된 함수를 주로 다루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실수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무엇을 다루는지도 모르면서 함수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라는 것에는 무리가 있으니까요. 이후에는 수열과 함수들의 극한과 미적분을 배웁니다. 또한, 함수들로 이루어진 수열에 대해서도 약간의 탐구를 하게 됩니다. 물론 실수 집합과 함수 집합은 다르기 때문에 실수들의 수열와 함수들의 수열은 자연스럽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질을 가집니다.
왜 "도입이 쉬운" 해석개론인가?
아마 해석개론을 처음 배웠던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을 묻는다면, 아마도 도입부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PMA로 해석학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는 말이죠.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를 위상수학 개념들이 주구장창 튀어나오고 익숙했던 개념들도 모습을 바꾸어 등장하는데, 이 개념들이 모여 뭔가 있어보이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 속된 말로 아다리가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질 뿐인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 또한 이 부분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오만 가지 사이트를 뒤져가며 내가 이걸 왜 붙들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서, 혹시라도 저와 같은 사람들이 본다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목차
0. 시리즈 소개 | 0. Introduction |
1. 해석개론 도입 | 1. 급수와 아르키메데스 2. 함수의 연속과 코시 3. 다시 보는 실수 |
2. 실수체 | 4. 실수체 5. 유클리드 공간 |
3. 기초 위상 | 6. 거리 공간과 위상 7. 위상의 성질과 closure |
이는 어디까지나 예시이며, 차후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수정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기본적으로는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들과 비슷한 내용 전개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보충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해가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일종의 바이블로 불리는 책들입니다.
- W. Rudin, Principles of Mathematical Analysis
- 김김계, 해석개론
- S. Abbot, Understanding Analysis
이외에 제가 추가로 읽었을 때 괜찮았던 책들입니다.
- D. M. Bressoud, A Radical Approach to Real Analysis
- D. M. Bressoud, A Radical Approach to Lebesgue's Theory of Integration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은 군인인지라 당분간은 조금 뜸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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