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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3 - [수학/해석개론] - [도입이 쉬운 해석개론 이야기] 0. Introduction
2022.09.17 - [수학/해석개론] - [도입이 쉬운 해석개론 이야기] 6. 거리 공간과 위상
안녕하세요, 별의바람입니다. 분명 전역은 했건만 사람은 더 게을러진 건 기분탓일까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제 자신이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앞에서 배운 위상, 즉 열린집합의 성질을 공부하고, closure와 relative topology라는 개념을 도입해 보고자 합니다.
열린집합의 성질
앞에서 우리는 열린집합을 정의하고, 모든 열린집합들의 모임을 위상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앞에서는 위상을 열린집합과 닫힌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지만, 어차피 닫힌집합의 여집합이 열린집합이므로 실제로는 열린집합만 보아도 충분합니다.) 그럼 열린집합이라는 대상을 정의했으니, 이제 이 대상의 특징을 하나하나 뜯어볼 차례입니다. 본래 수학 교과서에서는 모든 성질을 증명하겠지만, 여기서는 중요한 정리, 혹은 증명 과정에서 보고 배울 게 있는 것들 위주로만 증명하겠습니다.
열린집합의 성질 1. 임의의 근방은 열린집합이다.
증명. 열린집합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므로 결국은 근방 속의 근방을 찾아내야 합니다.
거리공간을 $(X,d)$라 하고, 그 원소 $x\in X$에 대하여 근방 $N_r(x)$을 고정합시다. 이때 임의의 $y\in N_r(x)$에 대하여 반지름이 $r'=\frac{1}{2}(r-d(x,y))$인 근방 $N_{r'}(y)$를 생각하면, 임의의 $z\in N_{r'}(y)$에 대하여
$$d(x,z)\le d(x,y)+d(y,z)<d(x,y)+\frac{1}{2}(r-d(x,y))=\frac{1}{2}(r+d(x,y))$$
가 성립합니다. 그런데 $y$가 $N_r(x)$의 원소이므로 $d(x,y)<r$이고, 따라서 $d(x,z)<r$이 성립합니다. 즉, $y$-근방의 임의의 원소가 $x$-근방의 원소이므로, 우리가 구한 $y$의 근방이 $N_r(x)$에 포함되고 따라서 $y$는 $N_r(x)$의 interior point입니다. 증명 끝!
이 증명은 간단하지만 그냥 우리가 만나는 첫 성질이기도 하고, 근방을 이용한 증명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보여드렸습니다.
열린집합의 성질 2. 임의의 열린집합들의 합집합은 (그 개수에 상관없이) 열린집합이다.
또, 유한 개의 열린집합들의 교집합은 열린집합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교집합은 유한 개만 다룰 수 있지만, 합집합을 해도 되는 개수는 무한히 많습니다. 유한 개, 혹은 자연수 전체만큼, 혹은 실수 전체만큼, 심지어는 그 이상이어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 성질은 나중에 거리공간이 아닌 공간에서도 위상을 정의하는 가장 주요한 포인트입니다. 정확히는, 공간 $X$가 주어졌을 때 위의 성질을 만족하고 공집합과 $X$ 자체를 포함하는 $X$의 부분집합들의 모임 $\mathcal T$를 위상이라 부릅니다.
이러한 경우를 다루는 위상수학을 general topology, 혹은 point-set topology라 부르고, 리즈(Frigyes Riesz, 1880-1956)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해석개론 수준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거의 없으니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시면 되겠습니다.
또, 극한점의 성질도 짚어보겠습니다.
극한점의 성질 1. $E\subset X$에 대하여 $x$가 $E$의 극한점이면, $x$의 임의의 근방은 $E$의 원소를 무한히 많이 가진다.
만약 $E$의 원소를 유한 개만 가지는 근방이 있다면, 그것들 중 가장 가까운 것을 포함하지 않는 더 작은 근방을 생각하면(archimedean property!) $x$가 limit point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집합의 Closure
앞에서 닫힌집합을 closed set이라 했는데, 사실 수학에서 '닫혀 있다', 즉 closed하다는 말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조금 옛날에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연산이 닫혀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는 하나의 집합 안에서 원소를 속된 말로 열심히 지지고 볶아도 그 집합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에서 닫힌집합을 극한점을 모두 가지는 집합으로 정의한 것도 한 집합의 원소를 어떻게 따라가도 결국 그 집합 안에서 귀결된다는 것을 의미했죠? 이렇게 닫혀있다는 것은 어떤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더 큰 집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성질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일반적인 집합에 대해서도 닫혀있음을 논하고 싶은데, 이를 위해 나온 것이 바로 closure입니다. 직역하면 집합을 '감싸는', 혹은 집합에 숭숭 난 구멍을 '닫는' 이미지 정도가 되겠습니다.
정의. 집합 $E$에 대하여 $E$의 극한점을 모두 모은 집합을 $E'$라 하자. 이때 $E$와 $E'$의 합집합을 $\bar{E}$라 쓰고, $E$의 폐포(closure)라 부른다.
사실 closure에는 굉장히 중요한 성질이 있습니다. 바로 그 집합을 포함하는 닫힌집합 중 가장 작은 집합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다음이 성립합니다.
정리. 집합 $E\subset X$에 대하여 $\bar{E}$는 닫힌집합이고, $E\subset F$인 임의의 닫힌 집합 $F$에 대하여 $\bar{E}\subset F$이다.
증명. 우선 $\bar{E}$가 닫힌집합인 것부터 보입시다. $\bar{E}$의 limit point $x$를 고정하면, $x$는 $E$의 limit point이거나 $E'$의 limit point입니다. 전자의 경우 $x\in E'$가 되어 증명이 끝나므로, $x$가 $E'$의 limit point라 가정하고 $x$의 반지름이 $r$인 근방 $N$을 생각합시다. 이때 $N$은 $E'$의 point, 즉 $E$의 limit point $y$를 가지고, $N$이 열린집합이므로 $N$에 포함되는 $y$의 근방이 존재합니다. 이 근방에는 $E$의 점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결국 $N$ 안에 $E$의 원소가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x$가 $E$의 limit point이므로 증명이 끝납니다.
이제 $F$가 $E$를 포함하는 닫힌집합이면, 당연히 $E'\subset F'\subset F$이고, 따라서 $\bar{E}=E\cup E'\subset F$가 성립합니다. 증명 끝!
사실 첫 부분의 증명 과정을 살펴보면 $(E')'=E'$라는 사실까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상대적 위상
그런데 위상공간을 다루다 보면, 전체적인 공간 $X$가 아니라 그 subset $Y$에 대하여 논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앞에서 위상을 체로 비유했다면, 이번에는 크기가 좀 더 작은 체를 만들고 싶은 상황입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면 되지 뭐하러 고민하냐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X$의 체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즉 $X$에서의 열린집합과 $Y$에서의 열린집합 사이에 무언가 호환 규칙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정의. $Y$의 부분집합 $E$가 $Y$에서 열려있다(relatively open to $Y$, open in $Y$)는 것은 $X$의 열린집합 $G$에 대하여 $E=Y\cap G$가 성립하는 것이다.
위 정의를 잘 보면 $X$의 열린집합들이 어떻게 생겨있건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말로 체를 생각한다면, 망은 그대로 유지하고 줄어든 입구에 맞추어 잘라내기만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물론 이러한 체를 relative topology to $Y$라 부릅니다.
사실 closure와 relative topology가 지금은 별 쓸모없어 보이기는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compactness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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