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좌표계에서 보면?
지금까지 배운 전자기학의 내용을 다른 좌표계에서 바라보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예를 들어 살펴 보겠습니다.
$+z$방향으로 속력 $v$로 움직이는 전자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때 $-z$ 방향으로 전류 밀도가 존재하게 되므로, $xy$평면과 나란하게, (원기둥 좌표계에서의) $-\theta$ 방향으로 자기장이 형성됩니다. 그럼 이 상황을 $+z$ 방향으로 속력 $v$로 움직이는 관찰자가 보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 관찰자가 볼 때 전자는 정지해 있으므로 오로지 전자에서 모든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전기장만 보일 것입니다! 따라서 전기장과 자기장은 좌표계에 따라 다르게 관찰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전기장과 자기장은 서로가 서로를 유도하는 관계일 뿐만 아니라, 사실은 보는 좌표계에 따라 자기장이 보이지 않을 수도, 전기장만 보일 수도 있던 것이죠.
또 다른 문제를 하나 생각해 보겠습니다.
도체를 하나 고정시켜 두고, 자석을 가까이 가져갑니다. 이때 도체를 지나는 자기장이 변하므로 전자기 유도가 발생하고, 유도 전기장에 의해 유도 전류가 흘러 자석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유도 자기장이 형성될 것입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자석을 가까이 두고 도체를 같은 속력으로 가까이 가져갑니다. 물론 이는 한 현상을 다른 좌표계에서 본 것이므로, 전류가 흐르고, 자기장이 생겨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분명 자기장의 변화가 없지 않았나요? 그럼 전자기 유도도 없으므로 전기장이 흐르지 않았어야 하는데, 이 전류는 어디서 온 것일까요?
이처럼,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현재 널리 이해되고 있는 맥스웰의 전기동역학은, 움직이는 물체에 적용될 경우 물리 현상과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비대칭성을 낳는다고 알려져 있다.
It is known that Maxwell’s electrodynamics—as usually understood at the present time—when applied to moving bodies, leads to asymmetries which do not appear to be inherent in the phenomena.
인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위 말을 한 누군가는 처음으로 위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가 제안한 해답은 바로, 사람들이 믿어 왔던 고전적인 '상대 운동'의 개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첫 예시에서 원래의 좌표계 $(x, y, z, t)$와 전자를 따라 움직이는 좌표계 $(x', y', z', t')$ 사이의 관계는 고전적으로
$$x=x', y=y', z+vt=z', t=t'$$
와 같이 단순히 $\pm vt$를 해주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어져 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누군가는 1905년 진정한 좌표계 사이의 변환은 위에서 말한 고전적인 갈릴레이 변환(Galilean transformation)이 아니라, 로렌츠 변환(Lorentz transformation)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로렌츠 변환의 결과는 맥스웰 방정식의 결과와 모순되지 않으며, 로렌츠 변환으로 얻어낸 결과에서 속도를 $0$으로 보낸 극한은 고전 역학으로 수렴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Einstein, Albert (1905), "Zur Elektrodynamik bewegter Körper", Annalen der Physik 322 (10): 891–921.
물론 원 논문은 독일어이므로, On the Electrodynamics of Moving Bodies라고 영어로 검색하시면 쉽게 영어로 번역된 논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눈치채셨겠지만, 진정한 전자기학을 위해서는 특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건승을 빌겠습니다.
후기
안녕하세요, 전자기학을 연재한 허닝입니다. Introduction을 쓴 지 열흘 만에 결말을 보게 되네요.
저는 지금 이 후기를 2022년 8월 1일에 쓰고 있고, 내일인 8월 2일 화요일은 제가 입대하는 날입니다.
사실 그래서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한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저항, 축전기, 인덕터 등을 제대로 '회로 이론'의 관점에서 소개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고, 개념의 난이도에 비해 예제들이 너무 적게 들어간 것 같고, 그림도 너무 부족하고 등등...
그리고 사실 전자기학의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라는 점이 슬프네요. 모든 응용의 근본인 전자기파 방사에 대해 논해보거나, 고전 역학과 전자기학을 연결하여 전/자기장에 담긴 운동량과 에너지를 유도한다든지, 언급은 했지만 특수 상대론의 관점에서 전자기학을 다시 설명해 본다든지... 이런 이야기들은 저보다 훨씬 훌륭하신 다른 저자분들이 "전자기파와 광학" 이름을 달고 연재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잠시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실 입대를 2주도 안 남기고 수실잡 블로그 프로젝트가 생겼을 때 과연 뭐라도 할 수 있는게 있을까? 싶어서 구경이나 할 겸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열정적인 분들이 글을 쓰고 있었고, 입대 전에 뭐라도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끝내 보고 싶은 욕망과, 군대에서 멍청해져서 돌아올 미래의 저를 위한 아카이빙을 할 겸 전자기학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정말 다 쓰고 갈 줄은 몰랐습니다. 인터넷도 안 되는 지하철에서 노트북을 꺼내서 VS code에 열심히 글을 써가며 연재할 준비를 하던 기억이 생생히 나네요. 입대 전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열정'이란 것들을 나름 후회 없을 만큼 불태웠다고 생각해서 미련은 없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전자기학을 공부하시며 이 글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조언하겠습니다. 이 글에 나온 내용들은 전자기학의 핵심적인 개념들일 뿐, 결코 전부가 아닙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전자기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라면 개념을 다 외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제대로 된 이해도 아닐 것이라고는 당당히 말하겠습니다. 당연히 개념은 다 알고 있어야 하고, 교재에 나오는 예제와 연습문제들도 모두 자신의 힘으로 풀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건강히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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